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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고관리자 | December 20, 2012 | view 8,244
19. 바다의 복병과 크로노메타 
 
오랜 옛날 인류는 배를 만들어 항해를 시작하게 되면서부터 뱃길의 중요성을 알게 되었다. 사실 오랜 기간 동안 항해를 하다보면 선원들 모두가 육지를 만나기를 간절하게 기원하게 된다. 그리고 오랜 기간 동안의 항해는 인간을 정신적으로 또는 육체적으로 침몰하게 하는 원인을 만들게 되기도 한다.
 
필자는 1986년 경 서해의 먼 바다에 낚시를 떠난 경험이 있었다. 육지에서 3시간을 가면 섬이 하나 있었는데 지금은 섬의 이름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아니 아예 기억하고 싶지가 않았을 것이다. 그만큼 큰 공포를 경험했기 때문이다.
 
[그림 1] 지브롤터 전대의 상상도다. 전면에 어소시에이션호가 보인다. 1707년 10월 22일 20시에 선원 1647명 수장이라는 영국해군 사상 뱃길을 잃어서 침몰하는 수치스러운 오점을 남겼다.
첫날은 화창한 날씨여서 즐거운 마음으로 낚시를 즐기고 있었다. 바다 낚시는 여러 번의 경험이 있어서 별 문제는 없었다. 그러나 오후에 섬에 상륙하여 민박을 잡고 잠시 쉬고 있는데 다른 일행의 낚싯배들이 갑자기 출항을 하는 것이 민박집에서 보였다. 민박집은 섬의 정상 부근에 있어서 다른 배들이 출항하는 것이 잘 보이는 위치였다.
 
필자는 별 생각 없이 바닷가로 내려와 어부들에게 무슨 일이 있냐고 물었더니 곧 태풍이 온다는 기상예보가 있었다는 연락에 서둘러 떠났다는 것이다. 세상 일이 참... 순간적인 판단이 냉정하지 못하면 고생을 한다거나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는 큰 경험을 했었다.
 
부랴부랴 민박으로 올라와서 일행들에게 태풍예보가 있어서 모두들 섬을 떠났으니 우리는 어떻게 할 것인가를 물었다. 그 중 경험이 많은 분(리더였음)이 그럼 오늘은 여기서 숙식을 해결하고 태풍경보 해제가 되면 떠나자는 제안을 했으나 우리 모두는 조급한 마음에 지금 당장 떠나자고 했다.
 
태풍이 오면 언제 해제가 될지가 불안했던 것이다. 우리들의 대화를 듣던 민박 주인은 갑작스런 태풍은 바람이 돌게 되는 태풍이니 위험하다고 만류했으나 우리들의 귀에 그 말의 중요성이 다가오지 않았다. 선장을 독촉하여 배를 급히 육지 쪽으로 떠나게 했으며 우리들의 독촉에 선장도 분위기에 휩쓸려 배는 바다 한가운데로 가고 있었다. 그러나 우리가 배를 타고 있을 때 이미 태풍은 경보로 바뀌었고 출항 당시의 고요함은 그야말로 태풍전야였었던 것이다.
 
[그림 2] 라컴 켄들(Larcum Kengall)이 존 하리슨의 H-4을 복제한 K-1 크로노메타 외장이다. 존 쿡 선장의 두 번째 항해에서 우수한 성능을 보여주므로서 경도를 발견하는데 가장 실용적인 정확한 시계라는 것을 입증했다.
배가 바다 한가운데에 있을 때 태풍은 우리를 덮쳤으며 내가 본 바다는 그야말로 5m 파고의 공포 그 자체였다. 12명의 일행 중 어느 누구도 입에서 큰일났다는 등의 말 한마디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선장도 마찬가지였으며 필자의 생각은 이제 여기서 죽는구나 하며 내가 저기 바다에 있는 부표까지 수영이 가능할까? 하는 생각, 아니야 배가 뒤집히면 신발을 벗고 수영을 하는데까지 하면 가능할거야 등의 위안 아닌 위안을 스스로 되풀이하고 있었다.
 
약 1시간 반이 지나자 육지가 보였다. 일행 모두의 얼굴에 희망이 보이기 시작하였다. 멀리보이는 육지가 그렇게나 반가울 수 없었다. 그러나 배는 갑자기 항로를 바꾸어 다른 방향으로 가지 않는가... 나는 선장에게 소리쳤다 저쪽에 육지가 있으니 이쪽으로 가면 육지가 가깝지 않는가. 그러나 선장의 대답은 간단했다.
 
"그쪽은 암초가 많아요 육지에 가까울수록 암초가 많습니다."
 
[그림 3] 존 하리슨의 H-4을 그대로 복제한 라컴 켄들(Larcom Kendall)의 K-1 내장이다. 켄들의 우수한 기술은 존 하리슨 못지 않음을 보여준다.
노련한 선장 덕분에 2시간의 사투 끝에 육지에 도착하였으나, 선장은 즉시 해양 경찰에게 태풍경보에 배를 띄웠다는 이유로 연행되었으며 필자는 그 후 바다 낚시와는 인연을 끊었다.
 
바다에서 더구나 대양을 항해한 후에서의 육지는 반가운 존재다. 그러나 고대에 또는 근대의 항해에서 대형의 선박 또는 범선이 항해 중 갑자기 육지가 나타났다면 과연 반가운 일이었을까?
 
작은 선박의 경우는 별 문제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큰 배의 경우 항해 도중에 갑자기 육지를 만났다는 것은 그 배는 침몰위험에 직면해 있는 상황이다. 즉 육지 근처에 널려있는 것은 암초이며, 갑자기 육지를 만난 배의 밑에는 암초가 배를 침몰시키기 위해서 언제나 대기하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암초가 많은 육지 근처의 바다는 해수의 흐름이 매우 거칠며 사람이 조난 당했을 때 구조가 어렵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자면 육지 근처의 암초에 의하여 배가 침몰했을 경우 선원들의 생명은 보장받기가 어렵다. 거의 목숨을 잃는다고 보아야 한다.
 
갑자기 육지를 만나서 불행한 최후를 맞이한 상선들과 전함들의 이야기는 그 수를 헤아리기가 어려울 정도다. 특히 근대에 이르러서는 대양을 정복해야만 부강한 나라로 발전할 수 있는 것이 세계적인 흐름이었기 때문에 특히 유럽의 많은 나라는 항해를 통한 무역으로 나라의 부와 강대국으로서 위치를 고수 할 수가 있었다.
 
특히 지브롤터 해협에서 프랑스 지중해 함대기지였던 툴롱(Toulon)을 공격한 후, 1707년 10월 22일 밤 영국해협으로 귀환 중이던 클로디슬리 쇼벌 경(Sir Clowdisley shovell:1650-1707. 당시 영국해군 총사령관)의 함대(21척의 군함)의 비극은 항해 중 갑자기 육지를 만나면 그 결과가 어떻게 되는가를 증명하는 중요한 사건이다.
 
물론 당시의 사건에서는 11일 동안 함대를 괴롭혔던 자욱한 안개가 걷히지 않은 기상조건도 있었으며, 세인트 아그네스섬(St. Agnes)의 위치가 8마일 이상의 오차로 표기된 지도도 역시 한몫을 하였다. 또한 정확한 크로노메타(Chronometer)가 발명되기 이전이었으며, 절대적인 명령과 사병과 장교의 직분을 엄격하게 한 영국 해군의 전통도 불행한 역사를 만드는데 기여를 하였다.
 
[그림 4] 인류 최초의 마린 크로노메타 하리슨 1호기다. 1735년 제작되었으며 268년이 지난 현재에도 정확하게 작동되고 있다.
대양을 항해하는데 있어서는 가장 중요한 일은 경도(Longitude)를 계산하는 일이다. 항해 중에 경도를 계산하는 방법은 1530년 젬마 프리시우스(Gemma Frisius:독일의 수학자이며 천문학자)가 배에 표준시간을 나타내는 정확한 시계를 싣고 항해시켜, 도착한 항구의 지방시간을 비교해서, 즉시 경도를 알 수 있다는 것을 제창하였으나 유감스러운 것은 항해하는 배에서 사용할 수 있는 정확한 시계(Marin Chronometer)는 1734 ~ 35년에 영국의 존 하리슨(John Harrison:1693-1776]에 의해서 발명되었으며, 클로디슬리 쇼벌 경의 함대의 비극은 1707년 마린 크로노메타가 발명되기 28년 전의 일이었다.
 
당시 1707년 10월 11일 밤 함대 사령관 클로디슬리 쇼벌 경은 툴롱(Toulon)을 공격한 후 브르타뉴(Bretaig) 반도 앞바다의 웨상(Ile d’Ouessant) 섬 서쪽을 통과 후에 강풍에 밀려 실리(Silly)제도의 한 섬인 세인트 아그네스(St. Agnes) 남서쪽 암초지대인 웨스턴 록스(Westen Rocks)에 이르러서야 경도의 측정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더구나 그들이 사용했던 지도에는 세인트 아그네스섬의 위치가 위도 50°에 표기되어 있는(실제는 위도 50° 8마일 남쪽이다. 이 오류는 그 후 약 15년 동안 지속되었다) 오류도 겸하고 있었다. 그때에 기적이 일어날 것 같은 조짐도 있었다. 한 이름 없는 선원 한 명이 다급하게 함대 사령관인 클로디슬리 쇼벌 경을 찾아와 함대가 11일 동안 안개 속을 헤매는 동안 자기 나름대로 계속해서 함대의 위치를 계산해 보았다고 하면서 함대가 암초지대로 항해하고 있다며 즉시 항로를 수정할 것을 건의하였다.
 
[그림 5] 존 하리슨의 마린 크로노메타 H-4. 인류 최초의 완벽한 크로노메타이며, 시계 역사상 최고의 걸작품이다.
당시 영국해군은 졸병이 본분을 벗어나 장교에게 항로를 따지는 것을 금지하고 있었으며, 당시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선원도 그 사실을 알고 있었으나 워낙에 급한 상황이라 목숨을 내걸더라도 이 상황을 알리려고 하였다.
 
그러나 클로디슬리 쇼벌 경은 하극상이라는 죄목으로 이름 없는 선원을 즉결처분하였으며, 이러한 사실은 당시 영국 해군의 분위기를 알 수 있는 중요한 대목이다. 클로디슬리 쇼벌 경은 여러 사람들의 의견을 들어보기 위해서 항해사들을 모두 집합시켰다. 그리고 그들은 경악했다. 그들 함대는 실리제도에서 랜드 앤드 곳(Land's End, 영국의 최 서단의 땅끝)까지 징검다리처럼 암초가 널려 있는 제도로 들어온 것이다.
 
1707년 10월 22일 20시 함대 사령선 어소시에이션(Association)은 실리제도의 길스톤 레지스(Gilstone Ledges)암초에 의해 침몰하였고, 이 충돌은 배를 순식간에 수장시켰으며 승선했던 선원 650여 명 전원이 사망하였다. 그 후 3척의 전함 이글(Eagle), 롬니(Romney)도 같은 운명에 처해졌으며, 4척의 전함의 침몰로 인한 사망자는 1647명이라는 엄청난 인명피해와 손실을 입었다. 이러한 역사적 사실은 경도를 잃은 배의 운명과 갑자기 나타난 육지는 항해를 하는 선박의 운명에 비극적이라는 사실을 나타내는 중요한 사건이었다.
 
[그림 6] 젬마 프리시우스가 저술한 '천문학과 우주론의 원리에 대하여' 라는 책에 실린 지구의의 삽화다. 독일이며 천문학과 수학에 능통하여 최초의 경도 발견에 대한 이론을 제창하였다.
그러면 정확한 시계 크로노메타는 어떻게 경도를 알 수 있을까?
 
1530년 젬마 프리시우스의 이론은 매우 정확한 방법이었으며 반론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지구의 경도는, 적도에서의 경도 15도는 거리가 60해리라는 먼 거리이지만 북극 또는 남극으로 이동할수록 위도의 값(Degree of Latitude)이 커질수록 경도의 거리는 줄어든다는 것이다. 즉 남북의 양극에 가서는 경도, 즉 경도의 거리는 0이 되는 것이다.
 
지구는 24시간 동안 360도 자전을 한다. 360도/24시간이면 1시간에 15도를 자전하게 되며, 4분마다 1도씩 회전을 하고 있다. 다시 말하자면 지구는 4분에 약 111km를 회전하고 있으니 경도의 차이가 시간의 차이로 표시될 수 있다. 따라서 배에 정확한 표준시간(GMT)을 나타내는 시계가 있고, 그 순간 배가 위치한 시각과 출발했던 모항(Home Port)의 시각과 그 밖의 경도를 알고 있는 어느 한 곳의 시각을 동시에 알고 있으면 그 시각의 차이를 지리적으로 계산할 수 있으므로 배는 현재 자신의 위치인 경도를 알 수 있다.
 
가령 항해자는 날마다 하늘에 태양이 가장 높이 솟아 있을 때 현 위치의 시각을 정오 12시로 잡고 모항(출발한 항구)의 시각과 비교하여 1시간의 차이가 난다면 그 배는 경도 15도만큼을 이동하였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러나 항해하는 배들의 경도 계산은 이렇게 단순하지가 않다. 지구상의 위도는 적도상의 경도 거리와 남쪽이나 북쪽으로 갈수록 15도에 해당하는 경도의 거리는 점점 짧아진다. 경도 1도는 세계 어느 곳에서나 1시간이라는 절대적인 시간으로 차이를 나타내지만, 거리로 환산을 한다면 적도에서는 68마일이며 북극이나 남극에서는 0 마일이 된다.
 
그러므로 서로 다른 두 지점의 시각을 동시에 정확하게 알아야만 경도를 확인할 수 있다. 오늘날에는 싸구려 손목시계 두 개만 있으면 간단하게 알 수 있으며, GPS만 있어도 위성으로 위치를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크로노메타가 발명되기 이전의 시대에는 어림도 없는 일이다.
 
[그림 7] 프톨레마이오스(Ptolemaeos, Klaudios:85 ? -165 ?)의 초상. 우주와 지구를 평면에 도안하는 원리를 최초로 고안하였으며, 그 원리를 수학적으로 설명하는 아날렘마의 저자이다.
진자시계 시대에서는 그야말로 진자시계는 가장 정확한 시계였으며, 1658년에 크리스챤 호이헨스의 진자시계는 모든 문제를 해결할 것 같았다. 사실 호이헨스는 자신이 발명한 진자시계를 이용하여 마린 크로노메타를 발명하겠다는 야심에 찬 포부를 가지고 마린 크로노메타에 도전하였으나 그는 진자시계의 범주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실패하였다.
 
또한 진자시계가 아닌 항해 중에 흔들리는 배에서 사용 가능한 시계라 하여도 열대 또는 한대 지방으로 이동할 때마다 변하는 윤활유의 변질(묽어지거나 진해진다)도 큰 문제였으며, 금속 부품들도 수축 또는 팽창하는 등 심각한 결과를 초래하였다. 그리고 지구의 위도에 따라 이동 중인 물체와 지구의 누설저항과 위도마다 미세하게 달라지는 중력의 차이도 시계의 늦고 빠름에 많은 영향을 주었으므로 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마린 크로노메타의 탄생은 인류 역사에 수많은 인명을 구원할 수 있는 중요한 과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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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여자대학교 교수 정 윤 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