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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관리자 | December 18, 2012 | view 14,610
최근 스위스에서는 세계 시계업계의 지각변동을 알리는 중요한 사건이 일어나고 있다.
이 사건은 1983년 스위스 비엔나에서 창업해 저가격 고품질의 시계를 집중적으로 생산하여 시계시장을 석권하였고, 스위스 시계업계를 대표한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급성장한 스와치그룹이 시계 부품(Movement)을 생산하는 Ebauches SA.를 인수하여 ETA SA. (공식명칭:ETA SA Fabriques d'Ebauches)를 설립하고 난 후부터 예고된 일이기도 하다.
[그림 1] Intel inside.
비슷한 예로는 PC의 CPU를 한 예로 들 수 있다. PC를 작동하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중앙처리장치(CPU)가 있는데, 이 비메모리칩을 생산하는 업체는 미국의 인텔(Intel)사이다. 오래 전 인텔사는 컴퓨터 생산업체에 자사의 CPU에 의하여 작동되고 있다(intel inside)는 것을 PC에 부착할 것을 요구하였으며, 이 요구를 들어주면 PC업체에게 납품하는 CPU의 단가를 할인해 주는 혜택을 주었다.
그리고 그 요구는 많은 PC 제조업체에게 받아들여졌다. 이 예는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핵심기술의 공급자의 요구는 어떤 경우에도 거절하기는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 중요한 역사적 사건이었다.
바로 이러한 일이 현재 시계업계에 현실적으로 다가와 많은 시계제조업체들에게 선택을 강요하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사실 Ebauches SA.에서 자체적으로 시계 무브먼트를 생산하였을 때에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일들이다.
그렇다면 ETA는 어떻게 탄생되었는가?
[그림 2] 최초의 에보슈사(Ebauches SA.) 마크이다. 에타는 이 마크 내부에 ETA라는 약자만 넣어서 사용하고 있다.
1856년 스위스의 3대 시계산지인 그렌헨에 당시 28세였던 울스 실트가 동업자인 요제프 지라루와 같이 이름을 따서 설립한 지라루 & 실트(현재의 ETERNA)사가 설립되었다. 당시의 그렌헨은 몹시 가난한 시골마을이었는데 마을의 젊은 사람들이 직업대책으로 시계산업을 선택하면서 스위스 3대 시계산지의 하나가 된 곳이다.
처음 지라루 실트는 에보슈( 시계의 組立部分品 ) 제조를 시작하여 치차, 완급침 등을 순차적으로 생산하면서 제조품목을 늘려나갔다. 그리고 그들은 기계화를 추진하기 위하여 마을을 흐르는 개천의 낙차를 이용하여 발전소를 만드는 등 1876년에는 완성품의 시계를 세상에 내기까지 이른다.
바로 이 최초의 시제품 이름이 ETERNA( 永遠의 時를 새김이라는 뜻 )이다. 그 후 1906년 이 브랜드(Brand)명을 따서 회사명을 ETERNA로 개칭하였으며, 1932년 회사를 둘로 나누어 무브먼트(Movement 시계기계)전문 메이커인 Ebauches SA.를 설립하였다.
[그림 3] 이스라엘군에 지급되었던 에터나 밀리터리시계.
1948년에는 최초의 자동권 손목시계를 개발하여 세계에 에터나를 알리기 시작하였는데, 1979년 가장 얇은 시계「리네아」(전체두께 1.98 mm), 가장 작은 무브먼트를 내장한「에스트레리타」등을 개발. 1980년에는 유럽 최우수 기업상을 받는다.
그때까지는 Ebauches SA.가 개발한 Quartz 무브먼트의 연간 12만개를 에터나의 케이스에 넣어 유럽시장을 중심으로 판매되는 등 에터나사가 개발한 디자인 폴리시(Design Polish)에 맞는 새로운 Quartz 기술을 Ebauches SA.가 개발하였던 것이다.
이 때까지는 에터나가 스위스 시계업계의 지도적 역할을 하였다. 그러나 1983년 SMH그룹(현재의 스와치그룹)이 시계 부품(Movement)을 생산하는 Ebauches SA.를 인수하면서부터 ETA SA Fabriques d'Ebauches로 공식이름이 개칭되었다.
사실 오래 전부터 시계 업계는 기계를 생산하는 업체와 시계 케이스를 생산하는 업체, 다시 말하면 내장을 생산하는 메이커와 외장 부품을 생산하는 업체가 각각 있어서 서로가 협력하며 공존하여 왔었다.
그리고 각각 다른 브랜드를 가지고 완제품 시계를 생산하는 메이커들은 이들 협력업체의 도움을 받아서 자사의 브랜드로 다양한 디자인의 제품들로 선의의 경쟁을 하여온 것이 현재까지의 세계 시계시장의 현주소였다.
[그림 4] 에타사에서 가장 많은 주문을 받는 2836 기종이다. 기계식 자동권시계의 표준형으로 자리잡은 기종이기도 하다.
그러나 스와치그룹이 시계 기술의 핵심인 세계 최대의 무브먼트 제조업체인 ETA를 인수하고부터는 업계에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또한 최근 10여년 전부터 일기 시작한 복고풍 시계의 유행과 함께 기계시계가 소비자들의 인기를 얻어 서서히 시계업계에 활기가 일어나고 또 다시 시계업계의 황금기가 도래하고 있다는 기대감과 함께 거대한 힘이 업계를 장악하려는 움직임이 있다는 사실을 망각하고 있었다.
우리는 왜 이러한 일들이 일어나고 왜? 우리가 이 엄청난 힘에 의한 논리에 굴복하여야 하는가에 대하여 알기 위해서는 시계의 제조에서 가장 기초적인 움직임을 알아둘 필요가 있다.
시계의 제조에서 가장 중요한 무브먼트 제조기술국은 미국, 일본, 스위스, 독일, 러시아(구 소련 체제에서 국가가 관리했던 대공장이 있었음)가 있다. 가까운 일본은 Seiko, Citizen, Orient, Ricoh 등 4 개의 무브먼트를 제조할 수 있는 업체가 있으니 일본은 스위스에서 일어나고 있는 사건에는 초연할 것이다.
미국도 일본과 같이 무브먼트를 생산할 수 있으며, 독일 역시 시계를 생산하는 국가로서는 스위스에 뒤지지 않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으며, 러시아도 기계시계를 생산하는 기술력과 시설이 있어서 그들도 이번 문제는 남의 일이다.
그러나 세계 제일의 시계(Watch) 생산국인 스위스에서는 2개의 전혀 다른 제조방식을 가지고 있는데, 즉 에타 브리슬(소규모 조립 전문회사)과 메뉴팩쳐(Manufacturers:일괄 작업방식의 대규모 제조업체)에 의한 제조방법이 존재하고 있다. 시계인이라면 이에 대하여 알아둘 필요가 있다.
[그림 5] 에보슈에서 개발한 크로노그래프 스톱 웟치이다. 무결점의 완벽한 기능으로 평가되고 있다.
스위스에서는 에보슈(Ebauches)만을 제조하는 회사가 17개가 있다. 에보슈란, 지판(Plate), 덮개(Bridge), 용두(Crown Button), 바늘 맞춤기구의 일부를 말한다. 에타브리슬은 동시에 탈진장치(Escapement), 치차(Gear), 혈석 및 덮보석(Ruby), 유사(Hair), 천부(Balance), 태엽(Mainspring), 바늘(Watch Hand) 등을 하나하나 전문화된 공장에 주문하여 입수한다.
그리고 이것을 조립하여 문자판과 바늘(주문자의 요구가 있을 시)을 장착 케이스에 넣어 문자판과 그들의 고유의 브랜드를 넣어서 판매하게 된다. 즉 에타브리슬은 부품의 생산을 전혀 하지 않고 조립만 할 뿐이다.
다음의 도표를 보면 스위스 시계 생산기구에 대한 이해가 쉬울 것이다.
즉 60여 개의 메뉴팩쳐는 자사에서 거의 모든 제품을 완성하지만, 450여 개의 업체는 에타 브리슬의 생산에 의존하고 있다. 여기서 에보슈(주) 17개 업체와 500여 개의 부품생산공장은 완성품을 만들어 소비자와 직거래를 하지 않으므로 에타브리슬에 의존하여 시계를 생산하는 450여 개의 시계제조 업체와 전 세계의 시계 생산업체 중 에타의 무브먼트를 이용하여 완성품 시계를 제작하는 업체의 문제는 심각한 문제를 직면하게 된 것이다.
특히 꾸준하게 독창적인 디자인 개발과 마켓팅 전략으로 자사브랜드를 성장시켜서 고가의 제품을 생산하여 소비자들의 선호도가 높은 Cartier, TAG Heuer, IWC, 브라이틀링, Tudor, 보메 메르시에(Baume Mercier), 코롬(Corom) 등 ETA에 의한 의존도가 높은 메이커들은 앞으로 자신들이 제작한 시계의 광고에는 스와치그룹에서 요구한 다음과 같은 문구를 인쇄하여야 한다.
Powered by ETA
[ 에타에 의해 동작되고 있음 ]
이 문구를 거절한 업체는 ETA의 무브먼트를 공급받지 못할 것이다.
이는 인텔사와 같이 CPU 가격을 할인해 주겠다는 신사적인 요청이 아닌 공생 공존의 길을 걷지 않겠다는 입장인 것이다. 이 내용을 미국의 한 시계 전문가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너희는 스와치그룹의 지배 하에 있으면 평생 평안한 삶을 누릴 것이나 그렇지 않을 경우는 탄압 받을 것이다.”
이 사실은 그동안 꾸준하게 성장하여온 고가의 시계 메이커에게 있어 치명적인 문구가 될 것이다. 그동안 많은 시계 소비자들은 고가상품의 시계는 모두 브랜드 메이커에서 일괄 생산을 하고 있는 것으로 모두 인식하고 있었으며, 또한 시계의 핵심부인 무브먼트가 Cartier나 IWC 브랜드에서 만들지 않은 전혀 들어보지도 못한 ETA 시계 공장에서 공급받은 것이라는 사실과 이 회사가 저가 시계의 대명사인 스와치그룹의 회사라는 것을 알게되면 소비자들의 인식은 어떻게 달라질까?
물론 섣부른 판단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할 수 있다. 그러나 고가의 시계를 생산하는 업체의 반발은 크다. 당연히 투돌(Tudor:외장인 케이스와 밴드 등은 Rolex에서 생산하나, 내장의 기계는 ETA 기계를 사용함)을 생산하고 있는 Rolex사의 반발이 가장 크다. 그들은 즉시 투돌의 시계에 자사의 무브먼트를 장착하겠다고 발표하였다.
당연히 투돌의 제품광고에 Powered by ETA (에타에 의해 동작되고 있음)라는 문구를 거절한 것이다. Rolex사의 창업자인 한스 윌스돌프는 처음 Rolex 시계가 당시의 다른 시계가격에 비하여 너무 높아 전혀 팔리지 않자 Rolex 시계의 가격을 낮추지 않고 영국 왕실의 왕을 5명이나 배출한 투더家의 이름으로 Rolex 시계의 케이스에 값이 낮은 무브먼트를 장착하여 시계시장을 공략하였다.
한스 윌스돌프의 전략이 성공하여 Rolex 시계의 이미지를 전혀 손상시키지 않고, Rolex 시계 케이스와 밴드의 상징인 오이스터 제품에 ETA 무브먼트가 장착된 튜돌을 광고하여 소비자들의 인정을 받아낸 것이다.
단언하건대 20세기 손목시계의 역사는 Rolex의 역사라 하여도 무방하다. 1905년 영국 런던에서 한스 윌스돌프에 의해 창설되어 후에 스위스 제네바로 본거지를 옮긴 Rolex는 당시에는 일반화되지 않은 손목시계를 주력사업으로 채택하였다.
1910년 세계최초의 손목시계 크로노메타, 1926년 방수손목시계 오이스터, 1931년 전 회전「로타」자동권 손목시계(퍼펙츄얼:Perpetual), 1945년 문자판의 작은 창에 날(日)자를 자동적으로 표시하는 Datejust, 등 어느 제품이나 세계 최초로 세상에 내놓았다.
[그림 6] 로렉스사에서 제작한 포화잠수용 손목시계 씨드웰러. 수심 1000m용이며 헬륨개스를 배출하는 안전밸브가 설계되어 있다.
이 모든 발명품들은 손목시계의 메커니즘(Mechanism)에 없어서는 안 되는 것으로 Rolex의 역사는 20세기 손목시계산업의 기술발전의 역사라 할 수 있다.
튜돌이 Rolex의 디프죤 브랜드로 탄생되었다는 것은 현재 널리 알려져 있는 일이다. 그러나 그 브랜드명을 포함하여 튜돌이 탄생한 배경에는 창시자인 한스 윌스돌프 나름의 계산이 깔려 있었다는 것은 이외로 알려져 있지는 않다. 이 이야기는 다음 호에 자세하게 설명하겠다.
[그림 7] 역대 다섯명의 잉글랜드 왕을 배출한 튜더가의 방패 문장. 현재의 TUDOR의 방패마크는 이것을 기본으로 디자인 되었다.
이러한 역사와 전통을 가진 Rolex사의 튜돌이 Powered by ETA라는 문구를 거절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IWC와 같은 명문 중의 명문인 시계 메이커와 Cartier, Dunhill, B.M, TAG Heuer, 등의 업체들은 어떤 대처를 하는가 또한 지켜볼 일이다.
주지하건대 이들 시계 메이커들이 무브먼트를 생산할 수 있는 기술이 없는 건 아니다. 다만 시계산업의 흐름과 마켓팅 전략에 의하여 무브먼트 생산을 포기한 것일뿐 무브먼트를 생산할 수 있는 기술과 노하우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시장경쟁 질서에 의하여 스스로 기계생산을 포기하고 ETA의 무브먼트를 장착한 것이 현재의 수치스러운 조건에 직면하게 된 것이다. 컴퓨터의 CPU 역시 인텔사만이 만들 수 있는 기술은 아니다. CPU는 한국의 삼성도 충분한 제조기술을 가지고 있다.
다만 인텔사의 CPU가 표준이 되어 버렸다는 것과 모든 PC 제조업체에서 인텔 CPU를 표준으로 하여 컴퓨터를 생산하여 부득이 인텔 CPU를 사용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이 되어버렸으며 이로 인하여 다른 경쟁업체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1927년 와렌 에이 마리손(Warren A Marrison:1896-1980 미국의 벨 연구소에서 근무한 엔지니어. 1927년 자신의 모든 연구를 집대성하여 수정시계를 제작 그 원리를 확립하였다. 또한 그는 시계의 역사를 체계적으로 정리 ( www.timeseoul.com/시계이야기의 '시계의 원리' 참조)하였으며, 생전에 2,000 페이지에 달하는 논문과 70건의 미국 특허를 취득하였다.)에 의하여 수정시계가 최초로 개발되었으나, 그는 이 위대한 발명을 상업화하지 못하였다.
[그림 8] 현재 시판되고있는 C사의 고가상품의 자동권 기계이다. 하단에 에타(ETA) 마크와 분류번호가 있다.
후에 이 기술을 일본 세이코는 온갖 수모와 질타(세이코사 내에서도 개발 팀에게 회사를 말아먹을 놈들이라는 질타를 하였다. 마리손의 발명 이후 40년 후에 완성하였으며, 마리손의 시계에 비하여 1/10,000로 축소하였으며, 소비전력은 1/1,000,000로 감소시켰다)를 받아가면서 손목시계화하여 한때는 세계 시계시장을 석권하였으나,
[ 1950년 시계 생산개수 스위스 2500만개, 일본 약 70만개 ]
[ 1998년 시계 생산개수 스위스 3390만개, 일본 약 1억 1660만개 ]
지금은 이 기술을 스와치그룹은 저가격 고품질화 경영으로 세계 시계시장의 황제자리에 앉게 되었다
오늘날의 이 현실을 보고 최초의 수정시계의 발명자인 와렌 에이 마리손은 저 세상에서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
American Certified Master Watchmaker
대한민국 명장
고급 시계사
시계 산업기사
부산여자대학교 교수 정 윤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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