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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관리자 | December 21, 2012 | view 12,099
자유분방하게 살아가는 오늘날의 현대인도 사회생활을 하는데 있어서는 반드시 규제와 통제를 받게 된다. 규제와 통제를 받지 않기 위하여 아무런 단체도 가입하지 않고 자유업을 한다 하여도 인간이 만들어 놓은 규정의 테두리를 벗어날 수 없으며, 자의든 타의든 간에 반드시 인간이 만든 규제라는 틀을 벗어 날수는 없다.
고서를 읽어보면 세상 돌아가는 꼴이 보기 싫다며 깊은 산 속이나 사람이 근접하기 어려운 곳으로 은둔을 하여 버린 많은 현자들이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들의 삶이 후세에 알려지고, 또한 그들이 남겨놓은 자취를 보면 철저하게 세상과 현실을 외면해 버린 많은 현인들이 있었음을 보고 그들의 의지력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그림 1] 한 시간용 모래시계이다. 보통 모래시계는 애칭인 에그타이머가 말해주듯이 5분용이 많다. 사진의 모래시계의 1개의 유리관이 비어지는 데에는 15분이 필요하다.
어떤 자들은 낮과 밤 마저 외면해버린 삶을 살았으며, 인간의 기본마저 철저하게 버린 사람들도 있었다는 기록이 있다. 옛사람들은 그들을 가리켜 신선 또는 선인이라는 존경어로 부르기도 했으며 그들에 대한 많은 전설이 그것을 반증한다.
인간이 살아가면서 어떻게 하면 시간의 관념을 버릴 수 있을까? 있을 수 없는 현실이다. 사람이 태양계를 떠나서 광활한 우주의 어느 한곳에 머물러 있다면 가능할까? 그것도 어려운 이야기이다. 낮과 밤이 없는 곳이라고 하여도 먹는 것과 수면활동은 해결하여야 한다. 수면과 에너지 섭취는 시간의 제약을 받게 되고, 시간의 통제에 따라서 활동하여야 인간으로 정상적인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
아득히 먼 고대에서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인간은 어떤 환경에서도 시간의 통제를 벗어날 수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인간은 시간이라는 것을 동반자로 선택한 후부터 많은 시간을 만들어 사용하였다.
인류 최초의 시간은 천지창조의 시간이었다. 구약성서를 보면 7일간 천지창조를 하였다는 기록이 있으니 성서의 내용대로라면 창조의 시간은 인류가 활용한 시간이 아니며, 신이 활용한 창조의 시간은 168시간이다. 그러나 빅뱅 후 우주의 탄생 시간은 현재 진행 중이다.
기록에 의한 인류가 체계적으로 사용한 시간은 기원전 3000년에 이집트에서 클렙시드라에 의하여 사용되어진 재판정의 발언권 시간이다. 아마도 이 재판정에서 사용되어진 발언시간이 인류가 가장 효율적으로 사용한 최초의 시간일 것이다. 이집트인들은 재판정에서 공정을 기하기 위하여 원고와 피고 각자의 발언의 시간을 소형의 클렙시드라를 이용하여 효율적으로 배분하였다. 이 기록이 인류가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한 최초의 기록이다.
[그림 2] 중세에 사용되었던 양초시계를 문헌을 기초로 하여 그린 그림이다. 촛농에 의하여 정확한 시간측정은 불가능하였다.
그 후 기원전 1500년 경에는 메르케트와 바이(Merkhet & Bay)를 이용한 축제의 시간측정이 있었다. 고대의 이집트인들은 메르케트와 바이를 이용하여 천문을 관측하거나 태양의 고도를 관측하여 시간을 측정하였다. 물론 많은 다른 용도에서도 시간측정이 필요하였겠지만, 남아있는 기록에 의한 시간측정사용은 축제의 시간과 권력자가 신에게 제사를 올릴 때 메르케트와 바이를 이용한 천문시간이 필요하였다는 기록이다.
인류가 사용했거나 사용 중인 시간 계측기의 기준은 무엇일까? 해시계는 당연히 태양의 일주운동이 기준이 되었으며, 물시계는 유입식( 流入式 )이든 유출식( 流出式 )이든 간에 시각 표시장치가 새겨진 일정한 수조( 水操 )의 양에서 결정된다.
[그림 3] 중세에 약 200년 간을 수도원의 기도시간을 지켜준 등유시계 그림이다. 중세의 문헌을 참고하였다.
모래시계는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방식의 범주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그리고 단기간의 짧은 시간을 측정하는 데에만 사용이 가능하였다. 고대와 중세의 모래시계 사용은 달걀을 삶을 때 또는 사우나탕에서 잠깐동안 사용되는 등 인류의 곁에서 많이 사용되어진 기록이 있다. 어떤 기록에는 모래시계를 달걀이 삶아지는 5분간 사용이 가능하다하여 에그 타이머(Egg-Timer)라고 기록이 되어있기도 한다.
[그림 1]의 모래시계는 한 시간용 모래시계이다. 한 개의 유리관이 비워지면 15분이 지난 것이다. 장시간 사용한 모래시계의 유물로는 [그림 1]의 모래시계가 유일하다. 중세의 기록을 보면 모래시계는 장시간의 시간측정이 불가능하여 물시계를 많이 사용을 하였다고 한다.
그러나 물시계는 겨울에는 얼게 되어 작동하지 않아 겨울에 사용할 수 있는 계측기가 절실하게 필요하였다. 이때에 사용되어진 시계가 등유시계( 燈油時計 )다. 중세 유럽의 수도원에서 오랜기간 동안 등유시계가 사용되었다. 짧은 기간이나마 양초시계가 사용되었으나 양초의 특성상 촛농의 방해로 인하여 정확한 시간계측이 어려웠으므로 등유시계가 각광을 받게 된 것 같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중세에 사용된 등유시계는 현존하고 있지 않다. [그림 3]의 등유시계 그림은 문헌을 기초하여 그림으로 그려보았다.
중세의 유럽 수도원에서는 약 2백여 년을 등유시계에 의존하여 기도시간을 측정하였다. 등유시계는 매우 정확한 시각측정장치이었으나 유감스러운 것은 반드시 시계를 감시하는 당번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밤을 세워 등유시계를 관찰하여야 하는 당번의 괴로움은 매우 컸으리라. 만약 잠이라도 들어 버리면 그 날의 기도는 고사하고 당번에 대한 중벌이 문제가 되어 수도원에서는 당번이 필요 없는 계측장치가 절실하였다는 기록이 있다.
[그림 4] 필자가 소장하고 있는 중세 유럽에서 사용했던 아스트롤라베의 복각품이다. 이 복각품은 뛰어난 장인의 손결에 의하여 제작되었으며, 저작권의 보호를 받고 있다.
중세 유럽의 수도원에서는 저녁 기도시간의 정확성의 필요로 인하여 편리하고 정확한 시계를 갈망하게 되었고, 이 끊임없는 노력이 14세기부터 기계시계를 등장하게 하는 원동력이 되었지만, 5세기부터 극동과 아랍에서는 이때에 이미 다양하고 매우 정교한 계측장치들이 만들어지고 있었다.
이 시계들 중에는 물론 모래시계도 사용되었지만, 고대 이슬람 문명은 아스트롤라베(Astrolabe)라는 매우 정교하며 정확한 천문시계가 사용되고 있었다. 아스트롤라베는 낮과 밤의 구별 없이 맑은 날에 언제든지 사용이 가능하였으며, 원하는 날의 천체의 정렬과 미래의 천문을 예측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이 천문 기구는 매우 복잡하고 고가에 거래되어 상류층과 지식층에서만 사용이 가능하였으므로 이 시기에 시대에 부응하는 특이한 시계가 만들어져 사용되어진다. 아랍권과 동양에서는 향( 香:Incense )을 많이 사용하는 문화권이다. 즐거울 때나 슬플 때나 할 것 없이 이들은 향을 피워서 주변을 정갈하게 하는 문화를 가지고 있었으므로 시간을 계측하는 데에 향을 사용하는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현상이었을 것이다. 향을 이용한 계측 장치는 매우 오래 전부터이었을 것이다.
[그림 5] 워싱턴D.C에 있는 실비오베디니 컬렉션에 소장되어 있는 중국유물 향인이다. 백랍의 재료에 구리로 테를 장식하였다.
고대 중국의 문헌에는 집안의 아궁이의 불씨를 보호하기 위하여 하인들은 토막 잠을 자야하는 처지에 있었다. 집안의 불씨가 죽어버리면 그 날 당번 하인의 목숨은 죽은 불씨와 같이 죽어야했다. 당시에는 한 집안의 아궁이의 불씨는 조상 대대로 물려왔으며 절대 꺼져서는 안 되는 절대적인 존재였다. 하인들은 수시로 아궁이의 불씨를 확인하기 위하여 선향( 線香 ) 토막에 불을 붙여서 발가락 사이에 끼고 잠을 잦다는 기록이 있다. 아마도 이것이 최초의 자명종 시계이었으리라.
알람 소리는 하인의 깜짝 놀란 입이었을 것이며, 시간 침은 작은 선향이었을 것이다. 하인들은 이러한 방법으로 긴 긴 겨울밤의 잠을 설쳤을 것이다. 참으로 슬픈 민초들의 역사가 아닌가...
우리의 역사에서도 선향시계에 관한 기록이 있다. 남병철( 南秉哲 )의 의기집설( 儀器輯說 )에는 우리 역사에서도 향시계가 존재했다는 기록을 볼 수 있다. 그러나 6세기 경 신라시대부터 사용된 우리의 향시계가 고려와 조선시대를 거치면서 어떻게 발전을 하였는가에 대해서는 알 길이 없다.
[그림 6] 중국 향인의 향틀이다. 장수 수( 壽 )자가 미로처럼 투각되어 있으며, 이 壽 자로 만들어진 향이 모두 타는 데에는 정확하게 4시간이 소비된다.
다만 조선시대에 불가에서 사용된 향시계는 향전( 香篆 )이라고 불리고 있었는데, 이것은 현재 워싱턴D.C에 있는 실비오 베디니 컬렉션(Washington D.C., Collection of Silvio A. Bedini)에서 소장하고 있는 중국유물 향인( 香印 )을 보면 도움이 될 것이다. [그림 5]와 [그림 6]의 향인은 남병철의 의기집설의 향전의 형태와 같다고 생각하면 이해하기가 쉽다.
실비오 베디니 컬렉션의 향인은 투각된 향틀을 이용하여 향의 재가 가득 담겨있는 상자 안에 장수 壽 자의 향틀을 놓고, 가루 향을 향틀에 부은 다음 살며시 다듬어준 다음 향틀을 조심스럽게 들어 올리면 미로처럼 연결된 장수 壽 자의 전서체 향의 형태가 만들어진다.
[그림 7] 중국의 향인이 일본으로 건너가 지코반( 時香盤 )으로 발전하였다. 조코반(Jokoban)이라고도 한다.
壽 자의 위쪽 중앙 어느 한쪽에 불을 붙이면 향은 壽 자의 형상을 따라서 타게되는데 기록에 의하면 이 壽 자 모양의 향이 타는 데에는 정확하게 4시간이 필요하다고 기록되어 있다. 물론 향의 재료도 매우 중요하였을 것이다.
의기집설의 향전은, 향전의 향틀과 외부의 문양들이 전서체( 篆書體 )로 투각되거나 문양이 되어 있어서 향전( 香篆 )이라는 이름이 지어졌을 것이다. 중국의 향인도 상자의 모든 서체( 書體 )가 전서체로 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어떤 문헌과 논문을 보면 기쁠 희 자의 화판에 향을 놓고 향을 피웠다는 기록과 논문이 있는데 참으로 기막힐 일이다. 이 모든 기록은 직접 실험을 해보지 않고 남의 문헌이나 기록을 베껴서 발표한 글들이다. 필자의 실험 결과 투각된 화판에 가루 향을 그대로 부어서 향을 피우면 향이 전혀 타지 않았다. 향의 성질은 차가운 철( 鐵 ) 성분이 곁에 있으면 타지 않는 물질이다. 향반에 가득 채워진 재위에 향틀을 놓고 가루향을 부은 다음 향틀을 조심스럽게 들어 올리면 장수 壽 자의 향 문양이 되고 이 문양에 불을 붙여서 시간을 측정하였다. 필자는 기쁠 희 자의 향틀 또한 보지 못했으니, 아마 실비오 베디니 컬렉션에 있는 향인의 위 뚜껑에 기쁠 희 자가 투각되어 있어서 내부의 향틀도 기쁠 희 자가 아닌가 지레짐작한 것 같다.
[그림 8] 지코반의 향틀. 전서체가 아닌 전혀 다른 형태로 일본인들은 만들어 사용하였다.
실비오 베디니 컬렉션에는 일본의 유물인 조코반(Jokoban)도 있다. 중국의 향인은 8세기 경부터 사용되었으며 이 향인이 일본으로 전래된 것 같다. 놀라운 것은 남의 나라의 문화를 수입하여 자신들의 독창적인 문화로 흡수해 버리는 일본인들의 지혜를 이 지코반( 時香盤 )을 보면 알 수 있다.
일본인들은 전서체를 투각하지 않고 지그재그의 네모꼴의 홈을 여러 개 판 다음 그곳에 가루 향을 가득 채웠다. 또 어떤 지코반은 향반( 香盤 )에 재를 가득 채우고 재에 물을 약간 축축하게 적신 다음 지그재그 형판을 눌러서 홈을 만들고 가루 향을 홈에 채워서 시간을 측정하기도 하였다. 일본의 지코반의 시간측정은 한 시간용이었다.
조선시대에서는 큰절에서는 노전( 爐殿:커다란 화로가 있는 전각 )이 있어서 그곳에서 선향( 線香:萬壽香 )을 피우고 그것을 지키는 노전승( 爐殿僧 )이 있어 시간을 헤아렸다고 하는 기록이 있으나 이 기록도 믿을 것이 못된다.
필자의 연구로는 이미 이 때에는 상당하게 발달된 선향시계가 존재하였으며 시계를 지키는 당번이 필요가 없었다. 이러한 기록도 내려오는 이야기나 타인의 기록을 그대로 복사한 자료일 것이다. 조선 초기에 사용된 선향시계를 필자는 소장하고 있으며 이 선향시계는 당번이 필요없었으며 4 ~ 8시간용이었다.
[그림 9] 필자가 소장하고 있는 아메리칸 대륙의 개척당시에 여행자들에 의해 사용된 휴대용 해시계다. 적도지방에서 사용된 것이며 멕시코에서 수집하였다.
그러나 모래시계, 물시계, 양초시계, 등유시계, 향시계 모두 이동할 수 없었으며 한 장소에서 고정되어진 체 사용하는 계측기들이었다. 필자의 조사에 의하면 이동 중에 시각을 측정할 수 있는 계측기로는 휴대용 해시계와 아스트롤라베 그리고 녹터널(Nocturnal)이었다.
해시계는 야간에는 무용지물이었으며, 아스트롤라베는 가장 정확한 계측기로서 낮과 밤 모두 사용이 가능하였지만 매우 고가에 거래되었으니 중산층에서도 구입이 어려웠으며 특히 항해를 하는 선원들에게는 그림의 떡이었다.
[그림 10] 필자가 소장하고있는 휴대용 녹터널이다. 엘리데이드(Alidade)와 3중의 계측 장치가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한 계측기가 바로 녹터널(Nocturnal)이다. 녹터널은 북극성을 비롯한 큰곰자리와 작은곰자리 별들 중 일등성의 회전을 관측하여 시간을 측정하는 야간 측시기( 側視器 )다. 물론 정밀한 녹터널 중에는 2등성의 관측도 가능한 제품도 보인다.
토르퀘툼(Torquetum)이라는 관측기구에 대한 논문으로 알려진 베르됭(Verdun)의 베르나르(Bernard)는 녹터널의 사용법을 남기고 있는데, 녹터널은 정확성은 떨어지지만 신뢰성이 위도에 따라 달라지지 않는다는 장점도 있다. 사용법이 매우 간단하여 18세기까지 항해사들에게 많은 도움이 된 계측기이다.
현재 남아있는 녹터널은 많지 않지만 16세기부터 18세기에는 정밀한 고가의 과학 장비를 소유한 것이 바로 신분의 상승을 의미하였으므로 현재 매우 정교하고 아름다운 녹터널 몇 점이 유럽의 박물관에 남아 있다.
그러나 진정한 시간 측정을 위한 발명품 가운데 가장 정교하며 정확한 발명품은 아스트롤라베다. 아스트롤라베의 기본원리는 적도를 통해 천구를 평면에 투사하는 평사도법( 平射圖法 )이다. 그렇게 하면 지구와 천구를 하나의 평면에 체계적으로 펼칠 수 있다.
아스트롤라베에 관한 지식은 아랍에서 스페인으로 전해졌으며, 스페인에서 서유럽으로 전해져 유럽에 새로운 천문학에 대한 관심을 불러 일으켰으며, 인류 문화역사에서 가장 정교한 천문관측기구이며 계측기로 기록되고 있다.
[그림 11] 베르됭(Verdun)의 베르나르(Bernard)가 남긴 녹터널의 사용법이다. 고정된 북극성의 주위에서 회전하는 큰곰자리와 작은곰자리의 별들을 관측하여 시간을 계측한다.
초기의 아스트롤라베의 제작자들이 프톨레마이오스의 평사도법에 관한 수학적인 원리에는 정통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그들은 시방서에 따라 제작을 하였으며 아스트롤라베를 사용한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그 후 인류는 보다 더 정확한 원리인 정사투영법( 正射投影法 )을 개발하여 정확한 항성( 恒星 )시를 관측하기도 하였다.
American Certified Master Watchmaker
대한민국 명장
고급 시계사
시계 산업기사
부산여자대학교 교수 정 윤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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